우울과 불안은 너무 자주 함께 온다. 공병(comorbidity)은 예외라기보다 차라리 기본값에 가깝다. 문제는 왜인가이고, 두 틀이 이를 다르게 답한다. 어느 쪽을 받아들이는지가 환자가 건넨 점수를 읽는 방식을 조용히 바꾼다.
잠재변수의 답 — 증상 뒤의 공통 원인
20세기 대부분 동안 기본 모형은 반영적(reflective)이었다. 증상은 그 밑에 깔린 상태의 지표다. 저하된 기분, 흥미 상실, 수면 장애 — 이것들은 장애 자체가 아니라 장애의 결과다. 열이 감염의 결과인 것과 같다. 이 관점에서 공병이란 두 잠재변수(우울·불안)가 상관되어 있거나, 상류의 공통 원인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증상이 함께 오는 이유는 원인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문항을 더해 총점을 내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 PHQ-9의 아홉 문항이 모두 하나의 잠재 우울 요인을 반영한다면, 그것들을 합산하는 것은 그 요인의 합리적 추정이 된다. 문항은 교환 가능한 지표이고, 합은 곧 신호다.
네트워크의 답 — 증상이 서로를 일으킨다
정신장애의 네트워크 이론은 공통 원인을 기각하고, 인과를 증상들 사이에 둔다. 불면은 피로를 낳고, 피로는 집중 곤란을 낳고, 집중 곤란은 수행에 대한 걱정을 낳고, 걱정은 다시 불면으로 되먹임된다. 뒤에서 일하는 숨은 ’우울’이라는 실체는 없다 — 장애가 곧 서로를 강화하는 증상들의 패턴 그 자체다.
이 설명에서 공병은 구체적 기제를 갖는다. 우울과 불안이 함께 오는 것은 특정 증상이 두 구성개념을 *교량(bridge)*처럼 잇기 때문이다. 집중 곤란, 수면 장애, 안절부절 — 이것들은 두 증후군 모두에 속하며 결합 조직으로 작동한다. 교량 증상을 비활성화하면 두 군집이 느슨해지고, 활성 상태로 두면 서로를 끌고 간다. 공병은 상관된 두 요인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그래프다.
이 차이가 학문적 유희가 아닌 이유
각 모형이 총점에 무엇을 함의하는지 보자.
잠재변수 관점에서 PHQ-9 14점은 우울 심각도의 점추정치다, 그것으로 끝이다.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같은 14점의 두 환자가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질 수 있다 — 한 명은 나머지를 떠받치는 고중심성 증상을 축으로 삼고, 다른 한 명은 같은 점수가 느슨하게 연결된 증상들에 흩어져 있다. 숫자는 동일하지만 임상 상황은 다르다. 네트워크는 몇 점인지가 아니라 어느 증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묻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증상 네트워크는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읽기 도구가 된다. 정규화된 부분상관 방법(EBICglasso; Epskamp, Borsboom & Fried, 2018 참조)으로 네트워크를 추정하고 중심성을 살피면, 어느 증상이 교차로에 있고 어느 증상이 가장자리에 있는지 알 수 있다 — 무엇을 할지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기술(description)이다.
정직한 입장 — 판정이 아니라 두 개의 렌즈
네트워크 모형을 승자로 선언하면 깔끔하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과장은 분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잠재변수 전통이 우위를 점한 데는 실제 이유가 있었다 — 측정 불변성, 수십 년간 검증된 도구들, 다루기 쉬운 통계. 네트워크 접근은 합산 점수가 표현하지 못하는 구조적 시야를 더한다. 나란히 두면 둘은 같은 데이터에 대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지킬 만한 입장은 이것이다 — 하나의 참된 모형으로의 통합도 아니고, 결판내야 할 경합도 아니며, 같은 점수에 두 렌즈를 대어 각자가 상대는 못 보는 것을 보여주게 하는 것. 우울과 불안이 함께 도착할 때, 잠재변수 렌즈는 둘이 무엇을 공유하는지 묻고, 네트워크 렌즈는 둘을 무엇이 잇는지 묻는다. 두 읽기 모두 앞에 두고 볼 값어치가 있다.
방법 주석: 이 글의 네트워크 추정은 정규화된 부분상관 네트워크(EBICglasso)를 가리킨다. 추정·안정성 워크플로는 Epskamp, Borsboom & Fried (2018), “Estimating psychological networks and their accuracy,” Behavior Research Methods 참조. 교량 증상은 Jones, Ma & McNally (2019)의 bridge centrality 틀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