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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변수 패러다임은 왜 승리했는가 — 그리고 무엇을 남겨두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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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변수 패러다임이 이긴 이유는 심리학자들이 증상 사이의 인과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시 심리학이 실제로 안고 있던 문제 — 측정오차 — 를 풀었고, 그때 도입된 기계장치가 계속 확장됐기 때문이다. 1904년의 보정 공식 하나에서 요인분석으로, 구조방정식으로, 문항반응이론으로. 그 대신 옆으로 밀어둔 것이 있다. 공통원인을 통제하고 난 뒤 두 문항 사이에 남는 연관, 즉 잔여다.

심리측정 네트워크 분석은 결국 그 잔여를 잡음이 아니라 현상으로 취급하겠다는 결정이다. 다만 양쪽 진영의 대중화된 서술이 공통으로 건너뛰는 사실이 하나 더 있고, 이 글에서 가져가야 할 것은 그쪽이다. 중요한 모형군에서 두 설명은 통계적으로 등가다. 적합도만으로는 고를 수 없다.

1904년, 문제는 인과가 아니라 오차였다

Spearman의 1904년 논문은 g로 기억되지만, 그 논문의 작동 핵심은 감쇠 보정(correction for attenuation)이다. 오차 없이 측정했다면 두 변수의 상관이 얼마였겠는가를 계산하는 공식 — 그것이 발명이다. 능력의 2요인 설명(일반요인 + 검사별 특수요인)은 오차를 걷어낸 뒤 남은 것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해석으로 뒤따랐다.

맥락에 놓고 읽으면, 잠재변수는 지능이나 우울이 무엇인가에 대한 형이상학적 주장으로 도입된 게 아니다. 측정치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의 중심 곤경이던 시점에, 난삽한 데이터에서 신호와 잡음을 분리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그 문제에 견주면 장치는 작동했다.

왜 계속 이겼는가

이후 70년 동안 세 가지 이점이 복리로 쌓였다.

기계장치. Thurstone의 다요인분석은 회전과 단순구조를 통해 Spearman의 단일 일반요인을 실용적 다변량 방법으로 일반화했다. Lord와 Novick(1968)은 고전검사이론을 정리하면서 Birnbaum의 문항반응모형을 주류로 편입시켰고, Rasch의 독립적 작업이 나란히 있었다. Jöreskog(1969)의 확인적 요인분석은 요인모형을 사전에 특정하고 기각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꿨다. 각 단계가 앞 단계를 더 쓸모 있게 만들었다.

타당도 이론. Cronbach과 Meehl(1955)은 검사가 구성개념을 측정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설명을 패러다임에 제공했다. 구성개념은 법칙적 관계들의 법칙망(nomological network) 속에 위치하고, 타당화란 그 망을 검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단어에 주목하되, 지시 대상이 우리 것과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의 망은 구성개념과 법칙의 망이지 증상의 망이 아니다. 어휘의 우연이지 예견이 아니며, 예견으로 읽고 싶은 유혹은 물리는 편이 낫다.

제도적 정합. 개수 기준을 가진 조작적 진단기준, 표준화된 척도, 총점은 모두 반영적(reflective) 모형 안에 편안히 앉는다. 기저 심각도가 문항 응답을 만들어내므로 문항은 서로 교환 가능한 지표이고, 그러므로 더하는 것이 정당화되고, 알파가 의미를 갖고, 부하량이 낮은 문항은 버려도 된다. 이 패러다임은 데이터 해석만 제공한 게 아니라 검사를 만드는 절차를 제공했다 — 한 학기면 대학원생에게 가르칠 수 있는 절차를.

절차를 쥐여주는 틀은 해석을 쥐여주는 틀을 이긴다. 그렇게 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것

비난이 아니라 사실 진술로, 두 가지 약속이 있다.

국소독립(local independence). 잠재변수가 주어지면 문항들은 조건부 독립이다. 잠재변수를 설명하고 난 뒤 두 문항 사이에 남는 연관은 흡수해야 할 잡음이다 — 방법효과, 문항 내용 중복, 적합도를 위해 풀어주는 잔차 공분산.

반영적 방향. 잠재변수가 응답을 일으키고, 응답은 그 지표다. Bollen과 Lennox(1991)는 형성적(formative) 측정과의 대비를 명시했고, 그 차이는 표면적이지 않다. 반영적 독법에서 불면과 피로가 상관하는 이유는 둘 다 우울의 하류이기 때문이지, 밤에 못 잔 것이 다음 날의 소진을 만들어서가 아니다.

두 약속 모두 명백히 틀린 것은 아니다. 둘 다 선택이다. Borsboom, Mellenbergh, van Heerden(2003)이 정확히 이 지점을 눌렀다 — 잠재변수의 지위는 구성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 주장이지, 관례로 정리될 통계적 편의가 아니다.

남겨진 잔여

모형 바깥에 계속 쌓인 것이 셋 있다.

공병. 우울과 불안은 공존이 예외가 아니라 규칙에 가까울 만큼 함께 온다. 잠재변수 설명은 이를 두 잠재변수 간 상관이나 그 위의 상위요인으로 처리하는데, 이는 발견을 설명한다기보다 이름을 다시 붙이는 쪽에 가깝다. Cramer 등(2010)은 그 겹침을 두 증후군에 함께 속하는 증상들의 직접 연결로 읽자고 제안했고, 다리 증상(bridge symptom) 개념은 여기서 나온다.

임상 언어. 실무자는 순서를 말한다. 잠이 무너지고, 집중이 무너지고, 일이 무너지고, 죄책감이 온다. 이는 같은 수준의 증상들 사이의 인과 진술이고, 반영적 모형은 자신이 모형화하는 그 대상들에 대해 그런 서술을 허용하지 않는다.

총점 등가. PHQ-9에서 14점을 받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문항이 거의 없을 수 있다. 반영적 독법에서 둘의 심각도는 같다. 네트워크 독법에서 대상은 배열이며, 둘은 같은 사례가 아니다.

같은 공분산 행렬에 대한 두 가지 생성 이야기 — 왼쪽은 반영적 잠재변수, 오른쪽은 증상 네트워크. 중요한 모형군에서 둘이 통계적으로 등가라는 주석 포함.

그림 1. 같은 다섯 문항, 두 가지 이야기. 쟁점은 흥미로운 분산이 어디에 사는가다 — 공통원인 안인가, 문항들 사이인가.

보통 건너뛰는 대목

여기서 이야기는 양쪽 모두에게 불편해져야 한다.

중요한 모형군에서 잠재변수 설명과 네트워크 설명은 응답 패턴에 대해 같은 분포를 함의한다. Kruis와 Maris(2016)는 Ising 모형 표현들 사이의 대응을 보였고, Marsman 등(2018)은 Ising 네트워크 모형과 문항반응이론의 명시적 관계를 정리했다. 이어 van Bork 등(2021)은 잠재변수 모형과 네트워크 모형이 언제 통계적으로 구별 가능하고 언제 불가능한지를 따졌는데, 정직한 요약은 현실적인 여러 설정에서 모형 적합도가 이를 판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관점이 논쟁에서 이겼다”는 데이터가 뒷받침해주는 주장이 아니다.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것은 더 약하고 더 흥미롭다. 두 틀은 같은 공분산 행렬에 대해 서로 다른 질문을 하고, 서로 다른 다음 수를 허용한다. 이는 둘을 함께 시야에 두어야 할 이유지, 하나를 폐기 선언할 이유가 아니다.

네트워크 관점이 물려받는 빚

번역은 양방향이고, 양방향 모두 불완전하다. 네트워크 접근도 자기 몫의 미지급 부채를 지며, 여기서 셋만 이름 붙인다.

추정된 네트워크는 대부분 개인 간(between-person) 데이터로 추정된다. 사람들 사이의 공변을 기술할 뿐 한 사람 안의 동역학을 기술하지 않는다 — Molenaar(2004)가 에르고딕성 문제로 제기했고 Fisher 등(2018)이 경험적으로 보인 지점이다. 집단 수준 네트워크는 그 안 누구의 초상도 아니다.

엣지는 부분상관이지 인과 화살표가 아니다. 이는 추정 방식에서 나오는 성질이며, 이유는 EBICglasso 글에서 짚었다.

그리고 표집 변동은 불안정한 네트워크가 자신 있어 보이는 그림을 내놓을 만큼 크다. 엣지 가중치 부트스트랩과 사례 제거 기반 CS-계수가 선택적 부가물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Fried와 Cramer(2017)는 이 한계들을 분야 내부에서 목록화했고, 목록은 그쪽에서 나오는 것이 옳다.

남는 자리

이 역사를 조심스럽게 서술하는 이유는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잠재변수 패러다임은 실제 근거 위에서 실제 논쟁을 이겼고, 네트워크 관점이 시도하지 않는 일을 지금도 한다. 네트워크 관점은 같은 데이터에 다른 질문을 던지며, 그 대가로 새로운 문제 묶음을 물려받는다.

이 블로그의 입장은 일관돼 왔다 — 통합자가 아니라 번역자다. 두 전통을 나란히 놓고, 각각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진술해보려 한다. 흥미로운 작업은 그 이음매에 있고, 이음매가 닫혔다고 가장해서 득을 보는 사람은 없다.


참고문헌

  • Bollen, K., & Lennox, R. (1991). Conventional wisdom on measurement: A structural equation perspective. Psychological Bulletin, 110(2), 305–314.
  • Borsboom, D., Mellenbergh, G. J., & van Heerden, J. (2003). The theoretical status of latent variables. Psychological Review, 110(2), 203–219.
  • Cramer, A. O. J., Waldorp, L. J., van der Maas, H. L. J., & Borsboom, D. (2010). Comorbidity: A network perspective.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3(2–3), 137–150.
  • Cronbach, L. J., & Meehl, P. E. (1955). Construct validity in psychological tests. Psychological Bulletin, 52(4), 281–302.
  • Fisher, A. J., Medaglia, J. D., & Jeronimus, B. F. (2018). Lack of group-to-individual generalizability is a threat to human subjects research. PNAS, 115(27), E6106–E6115.
  • Fried, E. I., & Cramer, A. O. J. (2017). Moving forward: Challenges and directions for psychopathological network theory and methodology.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2(6), 999–1020.
  • Jöreskog, K. G. (1969). A general approach to confirmatory maximum likelihood factor analysis. Psychometrika, 34(2), 183–202.
  • Kruis, J., & Maris, G. (2016). Three representations of the Ising model. Scientific Reports, 6, 34175.
  • Lord, F. M., & Novick, M. R. (1968). Statistical Theories of Mental Test Scores. Addison-Wesley.
  • Marsman, M., Borsboom, D., Kruis, J., Epskamp, S., van Bork, R., Waldorp, L. J., van der Maas, H. L. J., & Maris, G. (2018). An introduction to network psychometrics: Relating Ising network models to item response theory. Multivariate Behavioral Research, 53(1), 15–35.
  • Molenaar, P. C. M. (2004). A manifesto on psychology as idiographic science. Measurement, 2(4), 201–218.
  • Spearman, C. (1904). “General intelligence,” objectively determined and measured.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15(2), 201–292.
  • van Bork, R., Rhemtulla, M., Waldorp, L. J., Kruis, J., Rezvanifar, S., & Borsboom, D. (2021). Latent variable models and networks: Statistical equivalence and testability. Multivariate Behavioral Research, 56(2), 175–198.